한국대중음악상 수상 후보를 살펴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선정되었는지 혹은 어떤 평을 받았는지가 궁금한 이들도 있을 테고, 수상 후보 목록를 들여다보며 지난해 나온 음악을 되돌아보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존재를 알지 못했던 작품이 있다면 찾아 들어보며 겨울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수상 후보가 발표된 이후에도 더 많은 음악가와 작품에 조명이 비쳤으면 하는 마음에 후보작들을 흥미로운 주제로 묶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엔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중 최다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가수들을 소개한다. 한 작품으로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는 건 그만큼 들여다봐야 할 이유가 다채롭고 뚜렷한 음반이라는 얘기일 것 같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후보엔 힙합부터 케이팝, 모던록, 포크까지 장르는 다르지만 저마다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작품들이 다양한 분야에 후보로 올랐다. 어떤 팀들일지 함께 살펴보자.

 

최다 노미네이트 5개 부문

NewJeans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최우수 케이팝 노래, 최우수 케이팝 음반

뉴진스는 지난해에 이어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무려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들은 ‘Hypeboy’의 청량함에서 계절을 바꿔 코 끝 시린 아련함을 지닌 ‘Ditto’(2022)로 돌아왔고, ‘Ditto’ 신드롬이 사그라들기 전에 싱글 ‘OMG’(2023)와 두 번째 미니앨범 <Get Up>을 선보였다. 뉴진스는 본인들의 작품 활동 외에도 드라마 사운드트랙이나 게임 주제가, 해외 뮤지션 존 바티스트의 음악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등 의외의 곳에서도 목소리를 들려줬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실험해 보듯 두려워하지 않고 음악적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동안 케이팝의 재료로 쓰이지 않았던 UK 브레이크비트, 정글, 드럼 앤 베이스 장르에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를 첨가해 음악을 만드는 음악 공식은 물론이고 천상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한 사운드 미학은 뉴진스만의 미학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케이팝을 훌륭하게 선보인 이들은 올해의 음악인 후보에도 올랐고, 새롭게 겨울 노래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Ditto’는 올해의 노래에도 지명되는 저력을 보여줬다.

 

빈지노(Beenzino)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최우수 랩&힙합 노래, 최우수 랩&힙합 음반

빈지노도 올해 최다 부문, 총 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음악가 중 한 명이다. <NOWITZKI>는 빈지노의 7년 만의 정규 음반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발매됐다. 빈지노가 음악을 하지 못한 시간 동안 대중들은 빈지노의 일상 마저도 궁금해하며 그를 기다렸다. 빈지노는 긴 시간 동안 그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보냈는지 음악으로 들려준다. 정보 과다의 시대에 개인 SNS가 아닌 음악으로 듣는 음악가의 생각과 일상은 음악을 더욱 소중하게 만든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것. 이게 예술가의 소명이라면 빈지노는 <NOWITZKI>를 통해 그걸 성취한 올해의 음악인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묵혀온 여행에 대한 갈증이 탄생시킨 곡 ‘여행 Again (Feat. Cautious Clay)’이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랩 & 힙합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도 그러한 이유가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모두가 여행의 소중함을 깨우쳤던 그 시간을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완성했으니 말이다.

 

실리카겔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최우수 모던록 노래, 최우수 모던록 음반

지난해 조금이라도 새로운 음악에 귀를 기울였던 음악 팬이라면 실리카겔의 EP <Machine Boy>나 싱글 ‘Tik Tak Tok (Feat. So!YoON!)’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직접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가까운 친구에게 이들의 음악을 추천받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2023년의 실리카겔은 친구의 음악 추천에,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숏폼 영상에 혹은 지난해 열린 대부분의 페스티벌에, 그러니까 어디에나 존재했다. 실리카겔을 어떤 경로로, 만났든 간에 이들의 음악은 처음 만난 이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소리로 에너지에 흐름을 만드는 록의 본질도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앞선 사운드가 용기 있게 담긴 음악이다. 죽은 줄만 알았던 록 밴드의 부활까지도 믿고 싶게 만드는 이 밴드는 모던록 장르뿐만 아니라 종합 분야 3개 부문에도 후보로 올랐다.

 

최다 노미네이트 4개 부문

정국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노래, 최우수 케이팝 노래, 최우수 케이팝 음반

정국은 첫 솔로 데뷔작 <Golden>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훌륭한 음반 한 장을 통해 음악가가 나아갈 여정이 눈에 그려지는 이 귀한 경험은 오랜만에 겪어보는 것이기도 했다. 그는 팝 컬쳐의 일부가 된 음악으로 미국을 무대로도 활동을 펼쳤고, 이는 팝스타로 나아갈 정국을 향한 기대감에 더욱 불을 지폈다. 해외에서의 유의미한 활동도 정국이 올해의 음악인 부문에 후보로 오르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케이팝 가수들이 글로벌 음악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현시점에서 팝 음악 그 자체가 되어버린 정국의 공략법은 앞으로 다른 케이팝 음악가들에게도 글로벌 음악 시장을 향한 전략 중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최다 노미네이트 3개 부문

여유와 설빈

올해의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 음반

매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명단에선 포크 장르 음악가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올해엔 어떤 음악가가 후보에 올랐을 지 찾아보는 것도 작은 재미 중 하나이다. 재작년엔 이랑, 지난해엔 선과 영이 있었다면 올해엔 포크 듀오 여유와 설빈이 있다. 제주에서 만들어진 여유와 설빈의 <희극>은 최우수 포크 노래, 음반 부문을 비롯해 올해의 음반 후보로 선정됐다. 제주에서 녹음했기에 제한적인 상황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풍성해진 소리도 있다. <희극>은 사계절이 흐르는 동안 미세한 소리까지도 타협점을 찾아가며 여러 명의 음악가가 빚어낸 값진 결과물이다. 그리고 여유와 설빈의 시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소리가 이번 앨범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있는 것 같다.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