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 카터(Benny Carter)는 1930년대 스윙 음악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 자니 호지스와 함께 알토 색소폰 시대를 주도한 거장이었지만, 색소폰 연주 외에도 그의 음악적 재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그는 색소폰 외에도 클라리넷, 트럼펫, 트롬본,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고, 스윙 밴드의 어레인저와 작곡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1950년대에는 흑인 최초로 할리우드의 영화와 TV 음악 분야에 진출해 자신의 이름을 남겼고, 교육 분야에도 힘써 10여년 동안 프린스턴 대학에 출강하였다.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스윙밴드에 채용되면서 틈틈이 작곡을 시작하여, 그가 작곡한 ‘Blues in My Heart’나 ‘When Lights Are Low’ 같은 곡들은 재즈 밴드의 스탠더드나 가수들의 레퍼토리에 자주 올랐다. 그가 작곡한 다양한 장르의 곡 중 가수, 특히 여성 디바들의 노래로 유명해진 다섯 곡을 알아보았다.

 

‘When Lights Are Low’(1936)

1920년대 플레처 헨더슨 악단에서 어레인저로 일하면서 틈틈이 작곡을 시작한 그는, ‘Blues in My Heart’(1931), ‘When Lights Are Low’(1936) 등으로 대표되는 블루스와 스윙 스탠더드를 만들어 냈다. 그 중 후자는 유럽에 체류할 때 엘리자베스 웰치(Elisabeth Welch)의 노래로 1936년에 최초로 녹음하였고, 그 후에도 토니 베넷을 비롯하여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였다.

 

‘Cow-Cow Boogie’(1942)

1940년대 유행하던 ‘컨트리 부기’(Country Boogie) 장르의 노래로, 영화 <Ride ‘Em Cowboy>(1942)에 단역으로 출연한 엘라 피츠제럴드가 불렀으나 아쉽게 영화 본편에서 편집되었다. 돈 레이어(Don Raye)가 작곡한 곡으로 베니 카터는 가사를 붙였다. 배우 엘라 매 모스(Ella Mae Morse)의 노래로 인기곡으로 부상했으며, 캐피털 레코드의 첫 넘버원 및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King Size Papa’(1947)

194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더티 블루스’(Dirty Blues) 장르의 대표곡으로, 성행위나 마약 등 퇴폐적인 내용을 비유적인 가사로 묘사하여, 이 곡을 작곡한 베니 카터는 ‘자니 고메즈’라는 가명을 사용해야 했다. 블루스 가수 줄리아 리(Julia Lee)가 불러 빌보드 R&B차트에 두 달 동안 톱에 머무른 히트곡이 되었으며, 그 후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삽입되었다.

 

‘Key Largo’(1948)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누아르 영화와 같은 제목으로 같은 해에 나왔으나, 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 동명의 영화에 수록되지는 않았다. 1947년에 녹음된 아니타 오데이(Anita O’Day)의 노래로 1947년에 최초로 녹음되었으며, 그로부터 6년 후에 발매된 앨범 <Singin’ and Swingin’>(1953)에 수록되었다. 그 후 사라 본의 <Sarah +2>(1962)에 수록된 후 그의 레퍼토리에 자주 올라왔다.

 

‘Only Trust Your Heart’(1964)

베니 카터가 할리우드에서 일하던 1960년대에 TV 영화 <The Hanged Man>(1964)의 테마곡으로 작곡한 곡으로, 스탄 게츠와 아스투르드 질베르토의 라이브 앨범 <Getz Au Go Go>(1964)에 수록되면서 보사노바 곡으로 편곡되었고 새미 칸(Sammy Cahn)이 가사를 붙였다. 그 후에도 보사노바 가수들의 레퍼토리로 자주 편입되었고, 다이애나 크롤은 1995년에 동명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