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파트2> 개봉을 맞아 내한한 젠다야(Zendaya)는 원래 디즈니 채널에서 노래와 댄스를 주무기로 삼던 아이돌이다. HBO의 인기 틴 드라마 <유포리아>(2019)에서 마약과 섹스에 노출된 주인공을 맡아 단박에 아역 이미지를 벗어나면서 에미상을 2회나 받은 배우로 탈바꿈했다. <유포리아>의 두 번째 시즌 제작 스케줄이 코로나 때문에 중단되자 그는 감독과 일부 스태프와 함께 즉흥적으로 흑백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가 바로 <맬컴과 마리>(Malcolm and Marie, 2021)다. 영화는 덴절 워싱턴의 아들이자 영화 <Tenet>(2020)의 주인공으로 얼굴을 알린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젠다야, 단 두 사람이 출연하는 2인극이다. 넷플릭스는 이 영화의 프로모션 필름만 보고 여러 배급사들과 경쟁 끝에 3,000만 달러를 들여 판권을 확보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영화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시기였다. HBO의 인기 드라마 <유포리아>의 두 번째 시즌 제작 개시를 3일 앞두고 모든 제작 일정이 중단되자, 샘 레빈슨(Sam Levinson) 감독과 젠다야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끝에 이 프로젝트를 생각해냈다. 샘 레빈슨은 며칠 동안 궁리한 끝에 남녀간 대화로 이루어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코로나 기간 중에도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작가 및 제작자 협회로부터 허가를 받아냈다. 그들은 협회의 지침에 따라 <유포리아>의 제작진 중 최소 인원인 12명의 스태프를 구성했고, 캘리포니아의 저택 한 곳을 수배하여 2주 이내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의상이나 분장은 배우들이 각자 책임지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단 두 사람의 하룻밤 사이 대화로만 이루어진 흑백영화 <맬컴과 마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혼이야기>를 꿈꾼 영화
영화 제작자인 남자 ‘맬컴’이 여자친구 ‘마리’와 함께 개봉 축하무대에서 돌아온 뒤 새벽까지 다투는 이야기이며, 두 사람의 과거에 쌓였던 갈등과 내면적인 주제와 관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어떤 평론가는 넷플릭스의 오스카 수상작 <결혼이야기>(2019)에서 10분 동안 이어지는 대화 장면과 비교하기도 했지만, 맬컴과 마리의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시나리오를 쓴 샘 레빈슨 감독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넷플릭스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프로모션 영상을 본 뒤 경쟁사들보다 훨씬 높은 액수 3,000만 달러를 적어내 판권을 확보하였다. 넷플릭스가 투자했던 <결혼이야기>는 극찬을 받으면서 오스카, 골든글러브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벌였으나, <맬컴과 마리>는 근래에 가장 주목받는 제작자와 배우가 함께 나섰음에도 평가는 냉정했다. 젠다야는 이 영화를 가리켜 ‘발렌타인데이에 피해야 할 영화’라고 했다.
주목받는 두 배우의 연기
하지만 두 사람의 연기만큼은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젠다야는 13세부터 디즈니채널에서 노래와 연기를 하던 아이돌 출신으로, 이제는 <유포리아> 출연을 통해 극적인 이미지 변화에 성공하여 24세의 나이에 에미상을 최연소로 받은 뒤였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억을 돌파하여, 제너레이션 Z(Gen-Zers)를 대변하는 스타임을 확인하였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미식축구 프로선수 출신으로, 뒤늦게 배우로 전향하여 아버지가 덴절 워싱턴임을 숨긴 채 오디션 현장을 다녀서 화제가 되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블랙클랜스맨>(BlacKkKlansman, 2018)로 주연급 배우로 부상하였으며, 뒤이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화제작 <테넷>(2020)에 출연하여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스타로 부상했다. 두 사람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우선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