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서 피아노 중심의 트리오 포맷은 1930년대부터 있었으나, 현대 재즈의 스탠더드 포맷인 피아노, 베이스, 드럼 구성으로 녹음한 것은 1944년 에롤 가너(Errol Garner)가 최초였다. 자신의 왼손 주법으로 기타 반주를 대신할 수 있던 그는, 트리오 편성에 기타 대신 드럼을 포함한 것이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이 포맷이 스탠더드로 인정을 받아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채택하였는데, 1960년대 들어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전성기를 가져온 두 사람이 바로 오스카 피터슨과 빌 에반스다. 오스카 피터슨은 원래 기타를 포함한 트리오 형식을 선호했는데, 1958년에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Herb Ellis)가 떠나고 드러머 에드 티그펜(Ed Thigpen)을 받아들여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황금기를 열었다. 빌 에반스는 1956년부터 스탠더드 트리오 형식으로 레코딩을 시작하여 모던 재즈 트리오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말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대표 음반 여섯을 살펴보았다.

 

빌 에반스 <Waltz for Debby>(1962)

같은 날에 녹음된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와 함께, 스콧 라파로(베이스), 폴 모티안(드럼) 구성으로 녹음된 마지막 앨범으로, 빌 에반스 최고의 서정적인 연주를 담은 라이브 앨범으로 평가된다. 이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 모두 잔잔한 발라드 곡이며, 음반 리뷰 사이트에서 대부분 만점을 부여하는 명반이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 50여만 장이 팔렸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자신의 글에서 여러 차례 이 음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앨범 <Waltz for Debby>에 수록된 ‘My Foolish Heart’

 

오스카 피터슨 <Night Train>(1963)

레이 브라운(베이스), 에드 티그펜(드럼) 구성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트리오의 대표 앨범으로, 철도 승무원으로 일했던 오스카 피터슨의 아버지에 대해 헌정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재즈와 블루스 위주로 선곡하여 라디오에 자주 나오면서 인기 앨범으로 각광을 받았다. 같은 캐나다 출신의 재즈 가수 겸 피아니스트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은 이 음반을 들으면서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고 회상한 바 있다.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는 스포티파이 9,500만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

앨범 <Night Train>에 수록된 인기곡 ‘I Got It Bad and That Ain’t Good’

 

맥코이 타이너 <Today and Tomorrow>(1964)

존 콜트레인과 결별한 그가 낸 네 번째 앨범으로, 트리오 형식의 1963년 세션과 관악기를 편성한 1964년 세션에서 선곡하여 출반했다. 콜트레인 사단의 베이시스트 지미 게리슨(Jimmy Garrison), 그리고 지미 히스(테너 색소폰), 퍼시 히스(베이스)의 형제인 앨버트 히스(Albert Heath)와 함께 했다. 이 음반에 수록한 트리오 연주곡 ‘When Sunny Gets Blue’는 스포티파이에서 9,000만 스트리밍을 기록 중인 인기곡이다.

앨범 <Today and Tomorrow>에 수록된 ‘When Sunny Gets Blue’

 

칙 코리아 <Now He Sings, Now He Sobs>(1968)

칙 코리아가 27세의 젊은 시절에 출반한 두 번째 앨범으로, 그와 <Trio Music>(1982), <Trio Music, Live in Europe>(1986) 등 ‘The Trio’ 시대를 연 베이시스트 미로슬라프 비토우시(Miroslav Vitous), 드러머 로이 헤인즈(Roy Haynes)와 함께 한 첫 앨범이다. 전곡 모두 칙 코리아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였고, 함께 논의를 거쳐 즉흥성을 강조한 곡으로 구성되었다. 가수 빌랄(Bilal)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최고의 재즈 트리오 앨범으로 추천한 적이 있다.

앨범 <Now He Sings, Now He Sobs>에 수록된 ‘My One and Only Love’

 

키스 자렛 <Standards, Vol. 1&2>(1983)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드러머 잭 드조넷과 함께 구성한 스탠더드 트리오(Standards Trio)의 작품이다. 게리 피콕의 앨범 <Tales of Another>(1977) 녹음 당시 처음 구성된 트리오 구성은, 그로부터 수년 후 ECM의 맨프레드 아이허 대표의 제안으로 다시 만나 최근에 출반된 <Somewhere>(2013)까지 30여 년 이상 지속되었다. 1985년 유럽 공연 당시 실황 녹음한 <Standards, Live>(1986) 역시 명반으로 손꼽힌다.

앨범 <Standards, Vol. 2>에 수록된 ‘So Tender’

 

브래드 멜다우 <The Art of the Trio>(1997~2000)

현대의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평론가 스콧 야노우는 빌 에반스와 키스 자렛의 중간에 있는 피아니스트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서정적인 연주를 보여준다. 그가 워너 뮤직과의 계약 후 래리 크레나디어(Larry Grenadier), 스페인 출신의 드러머 호르헤 로시(Jorge Rossy)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하여 <Introducing Brad Mehldau>(1995)를 시작으로 10여 장의 음반을 냈는데, <The Art of Trio> 시리즈로 모두 5장이 출반되었다.

앨범 <The Art of the Trio, Vol. 1>에 수록된 ‘Black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