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 유럽의 재즈 신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각광받는 엔리코 파에라눈치. 그는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음악으로 세계 곳곳에 상당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교육받아 20대 중반이던 1975년까지 음악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지만, 교직을 포기하고 재즈로 방향을 틀어 직업적인 재즈 피아니스트로 변신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낭만파 클래식 음악의 향수가 진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금까지 낸 70여 장의 자신의 음반 외에도 수많은 레코딩 세션에 참여하였고, 무려 300여 곡을 창조한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2012년에 첫 내한공연을 열어 EBS <스페이스 공감>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여러 재즈 뮤지션들과 함께 세션을 진행하면서 작곡한 재즈 오리지널 네 곡을 선정하여 연대 순으로 정리하였다.

 

‘Night Bird’(1980)

교수직을 포기하고 직업적인 재즈 뮤지션으로 방향을 잡은 후 독립 레이블에서 낸 데뷔 앨범 <From Always To Now>(1978)에 수록한 곡이다. 당시에는 하드밥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쳇 베이커와의 콜라보 앨범 <Soft Journey>(1980)에 수록하면서 쳇 베이커의 스타일에 맞춰 한결 부드럽게 편곡되었다. 쳇 베이커와는 이탈리아 마세라타에서 트리오 연주를 하면서 처음 만나 수시로 함께 연주를 다녔으며, 쳇 베이커가 이 곡을 특별히 좋아하여 자신의 레퍼토리에 담았다. 그는 쳇 베이커가 이 곡을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적극 소개하여 일찍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하였다.

 

‘Blue Ballad’(1990)

그는 쳇 베이커, 리 코니츠 등 관악기 뮤지션들과 자주 협연하였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 알토 색소포니스트 필 우즈(Phil Woods)와의 <Phil’s Mood>(1990)다. 1980년애 후반에 활동을 시작한 ‘Space Jazz Trio’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는데, 앨범에 수록한 11곡 중 9곡을 그가 작곡하였다. 이중 ‘Phil’s Mood’, ‘Blue Ballad’, ‘Hindsight’는 모두 발라드 곡으로 유명한데, 현재 ‘Blue Ballad’는 스포티파이에서 2,900만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

 

‘Don’t Forget the Poet’(1999)

주로 솔로 피아노나 베이시스트 마크 존슨(Marc Johnson)과 함께 트리오 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던 그는, <Don’t Forget the Poet>(1999)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포함한 트리오 형식에 관악기를 추가한 퀸텟 편성을 선보였는데, 여기 수록한 자작곡 11곡 중 타이틀곡이다. 이중에 ‘Poet’은 빌 에반스를 지칭하는데, 그는 젊은 시절부터 빌 에반스의 서정적인 연주에 깊은 영감을 받았으며, 빌 에반스에 관한 서적을 출판한 적도 있다.

 

‘Fellini’s Waltz’(2003)

찰리 헤이든(베이스), 폴 모티앙(드럼), 케니 휠러(트럼펫), 크리스 포터(색소폰)와 함께 슈퍼 퀸텟을 결성하여 이태리 영화사 제일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영화 세계를 음악으로 표현한 앨범 <Fellini’s Jazz>(2003)에 수록한 아름다운 곡이다. 영화음악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와도 <Cinema Paradiso>(1988) 등 콜라보 앨범들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