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눈앞에 다가왔다. 시상 부문 중 종합 부문의 ‘올해의 신인’은 음악계 새로운 얼굴을, 미래의 스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게다가 올해는 다양성 측면에서 어느 때보다 독특한 후보군이 완성되었다. 비교적 사람들의 관심이 덜한 글로벌 컨템퍼러리 부문에서 두 명의 후보가, 반대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케이팝에서도 두 후보가 나왔다. 총 여섯 후보 모두가 저마다 온전히 다른 색채를 띄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오른 이들을 소개한다. 그 누가 수상해도 이견이 없을 만큼 뛰어난 가치를 지닌 이들이다.

 

NO.LINK

일찍이 필드에서 디제이와 프로듀서로 두각을 드러낸 노링크(NO.LINK)가 올해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은 물론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오른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이대화 선정위원은 멜론 <트랙제로>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잘 달리는 한국 테크노를 오랜만에 들었다. 얼핏 평범하게 들리는 사운드지만 중독성이 남달라 계속 듣게 된다”라고 그를 치켜 세웠다. 2021년부터 세 장의 EP와 한 장의 싱글을 발매한 뒤 2023년 발매한 <MOVE THAT>은 스스로 직접 믹싱과 마스터링을 하기도 했다. EP에 담은 네 곡을 한 번에 들으면 단조로움보다는 일관성 있는 뚝심이, 그 안을 밀도 있게 채워 넣는 구성으로부터는 진한 쾌감이 느껴진다.

 

동이

개인적인 기억을 끄집어내 본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콜린 오포드(Colin Offord)를 만난 적이 있다. 오포드는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그의 지역 정체성은 호주에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시아 전역에 가깝다. 오죽하면 그가 만든 악기 이름도 ‘오스트라레이션(오스트리안+아시안) 마우스보우’이다. 그런 그의 이름과 생각을 다시 떠오르게 한 것이 동이의 앨범이다. 동이는 더블베이스 연주자다. 재즈를 기반으로 했지만 우리의 소리를 찾고 또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가 하면 현대사에 남아있는 이야기들을 따라 아시아의 소리와 음악을 앨범에 담아 녹여냈다. 녹여냈다는 표현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한데 엉켜있다는 풀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요소들이 결국 한 가지 작품으로서 오롯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정의 한 단면을 이렇게나마 동이의 첫 앨범을 통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문미향

최근 1, 2년 동안 평소보다 특별한 인기를 누린 재즈라고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주류 문화나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는 2023년 한국에서, 스탠다드 음악들로 첫 정규 앨범을 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재즈피플> 라이징스타 선정을 비롯해, 꾸준히 재즈 클럽에서 공연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신인 문미향의 첫 앨범 <I Wished On The Moon>은 발매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없이 많은 스탠다드 곡들 중 신중하게 선택하고 편곡을 한 뒤 자신의 것으로 풀어내는 과정은 재즈라는 장르가 가장 익숙하게 누리고 있는 도전이자 특권이다. 이 과정에서 문미향은 많은 공을 기울였는데, 특히 편곡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더 갈 것인가에 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스탠다드 곡만이 들려줄 수 있는 미덕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도 함께 담겨 있다.

 

연하늘

동이도 마찬가지지만, 연하늘 또한 커리어 자체만을 놓고 보면 결코 신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길다. 2008년부터 12년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거주했고 그 이전에는 한국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다.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자신의 첫 정규앨범을 선보였는데, 아르헨티나 탱고, 정통 탱고의 본질을 담고자 했다는 하는 이 앨범을 듣고 나서 크레딧을 보고 나면 ‘이렇게 편성이 적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탱고는 유독 연주 자체와 그것의 합이 중요한 음악이다. 탱고만이 가진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를 앨범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이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고 또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앨범은 이러한 점에서 첫 곡의 시작부터 마지막 곡 끝까지 듣는 이를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동시에 그만큼의 긴밀함이 있다.

 

키스 오브 라이프

키스 오브 라이프는 ‘다르다’. 단순히 남들과 다른 콘셉트, 다른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쉽게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돌 그룹으로서 멤버들이 앨범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고 해서 다르다고 하는 것도 아닌 요즘이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네 멤버가 저마다 다른 색으로, 다른 아티스트로서 존재하고, 그런 매력을 작품을 통해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들이 향후 어떻게, 얼마나,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모르지만 지금의 모습만 놓고 보면 케이팝 음악 시장에 던져진 충분히 좋은 대안이자 또 하나의 선례가 아닐까 싶다. 음악 또한 뛰어나며, 곡과 비주얼의 합 또한 무척 잘 맞아 떨어진다. 이는 해당 음악이 장르 코드와 문화적 이미지 또한 잘 흡수하고 수용했다는 이야기다. 데뷔 앨범에서 각 멤버들의 솔로를 보여준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투자였고, 이어진 앨범에서 곧바로 그 과정을 결과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이키

음악을 통해 동년배 또래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건, 케이팝 1세대 때부터 동시대를 대표하는 BTS까지 있어 왔던 일이지만, (그것에 오롯이 집중하는 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기도 하다. 한동안 콘셉트와 미적 가치, 트렌드, 그리고 한국 밖의 시장을 챙겨야 한다는 상황 등 여러 변화와 경향을 겪으며 케이팝 안에서 한국어로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의 수가 줄어든 게 사실인 까닭이다. 이처럼 잊힌 가치를 신인 하이키가, 자신들의 상황을 대입해 만들어 내며 관심을 모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그 곡을 쓴 것이 데이식스의 영케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팝-록의 색채를 지닌, 그러면서도 지금의 케이팝이 지닌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다는 점에서 하이키는 앞으로 어떤 걸 할 지가 궁금해지는 그룹이다.

 

Writer

케이팝, 국악, 인디, 재즈 등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글을 씁니다. 재즈피플에 조금씩 글을 쓰고 있고, 힙합엘이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가끔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심사도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