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 베이커는 처음부터 노래를 한 것은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트럼펫 연주자로 새로 합류한 제리 멀리건 쿼텟(Gerry Mulligan Quartet)의 인기가 서부 지역에서 높아지면서, 그는 말끔한 용모의 아이돌 연주자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리 멀리건이 투옥되고 밴드가 해산하자, 쳇 베이커는 자신의 이름으로 쿼텟을 구성하고 가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상품성을 알아본 패시픽 레코즈(Pacific Records)가 권유하여 처음으로 노래와 연주를 함께한 음반을 내기 시작했는데, <Chet Baker Sings>(1954), <Chet Baker Sings and Plays>(1955), <Chet Baker & Crew>(1957)에서 그의 덤덤하고 울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높은 재생 수를 기록하고 있는 다섯 곡을 순서대로 알아보았다.

 

‘I Fall in Love Too Easily’

쳇 베이커의 첫 노래 앨범 <Chet Baker Sings>(1954)에 수록된 곡으로, 스포티파이에서 무려 1억 회가 넘는 스트리밍 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곡은 1944년에 브로드웨이의 천재 작곡가 줄 스타인(Jule Styne)과 작사가 새미 칸(Sammy Cahn) 콤비가 만들어, 영화 <Anchors Aweigh>(1945)에서 프랭크 시나트라가 처음 노래했다. 그 후로 인기 재즈 스탠더드가 되어 수많은 뮤지션들의 레퍼토리에 올랐으며, 마일스 데이비스도 <Seven Steps to Heaven>(1963)에 연주곡으로 담았다.

 

‘My Funny Valentine’

이 곡 역시 앨범 <Chet Baker Sings>(1954)에 수록된 후 공연 때마다 불러 쳇 베이커의 시그니처 송으로 인정되는 곡이다. 브로드웨이의 인기 송메이커 로저스 & 하트 콤비가 1937년에 만들었고, 뮤지컬 <Babes in Arms>에서 당대의 십대 스타 미치 그린(Mitzi Green)이 처음 노래했다. 쳇 베이커가 속했던 제리 멀리건 쿼텟에서도 이 곡을 연주곡으로 녹음한바 있으며, 이 연주 버전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영구 보존된 바 있다. 쳇 베이커의 보컬 버전은 스포티파이에서 8,000만 스트리밍을 넘어섰다.

 

‘Autumn Leaves’

쳇 베이커가 유럽에서 돌아온 후 귀국 앨범 <She Was Too Good To Me>(1974)에 처음 수록한 곡으로, 웨스트 코스트 재즈를 대표하던 폴 데스몬드의 색소폰과 함께 연주하였다. 이 버전이 아니라면, 폴 데스몬드와의 콜라보 녹음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 <Together: The Complete Studio Recordings>(2009)에서도 해당 곡을 찾을 수 있다. 익히 알려졌듯이 이 곡은 조셉 코즈마의 프랑스에서 발표한 ‘Les Feuilles mortes’(The Dead Leaves)이며, 미국에서는 로저 윌리엄즈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빌보드 1위에 오른 바 있다. 쳇 베이커와 폴 데스몬드의 콜라보 버전은 스포티파이에서 6,500만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

 

‘It’s Always You’

처음에 나왔던 앨범 <Chet Baker Sings>(1954)의 여덟 곡에서는 제외되었지만, 1956년에 재발매되면서 추가로 녹음된 곡이다. 네 번이나 아카데미상을 받은 작곡가 지미 반 휴센(Jimmy Van Heusen)과 작사가 자니 버크(Johnny Burke)가 만들어, 콤비를 이루었던 빙 크로스비가 처음 노래한 곡이 영화 <Road to Zanzibar>(1941)에 삽입되었다. 쳇 베이커의 보컬 버전은 스포티파이에서 6,000만 스트리밍을 넘어섰다.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이 곡 역시 앨범 <Chet Baker Sings>에 수록된 곡으로, 인디애나 대학 캠퍼스의 학생 뮤지션이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가 작곡하였다. 가사로 쓰인 시를 쓴 사람은 J. B.라는 이니셜로만 알려졌다가, 후일 같은 학교 출신으로 일찍 생을 마친 제인 브라운 톰슨(Jane Brown Thomson)으로 후일 ABC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노래는 누아르 영화 <The Las Vegas Story>(1951)에 삽입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쳇 베이커의 노래 버전은 스포티파이에서 4,800만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