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펜스>(Fences)는 브로드웨이에서 상연한 동명의 연극을 주요 배우까지 함께 그대로 영화 형식으로 옮긴 작품이다. 연극 상연을 위해 쓴 희곡은 대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대사 연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차별점을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1985년에 발표된 희곡 <Fences>는 작가 오거스트 윌슨(August Wilson)에게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안겼고, 곧 바로 그해부터 1988년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인기리에 상연했다. 그 후 15년 만인 2010년에 다시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영화배우로 더 유명한 덴절 워싱턴과 비올라 데이비스, 그리고 러셀 혼스비(장남 ‘라이온스’ 역)와 스티븐 매킨리 헨더슨(친구 ‘짐 보노’ 역)가 캐스팅되어 곧바로 영화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비올라 데이비스는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흑인으로는 사상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의 영예를 안았으며 후일 사상 세번째 EGOT(Emmy, Grammy, Oscar & Tony)의 토대가 되었다.

영화 <펜스>(2016) 예고편

 

오거스트 윌슨의 ‘피츠버그 서클’

극작가 오거스트 윌슨(August Wilson)의 <Fences>은 10부작으로 이어진 ‘피츠버그 서클’(Pittsburgh Circle)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그는 20세기에 피츠버그(Pittsburgh)의 힐 디스트릭트(Hill District)에 사는 흑인 가족을 중심으로 블루칼라 중산층의 고충과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를 피츠버그 서클 또는 센추리 서클(Century Circle)이라 불렀다. 이 곳은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적이 있어 자주 방문했을 정도로 친숙했으며, 역사적으로 1차세계대전 전부터 흑인 중산층이 집단 거주하여 재즈 등 흑인 문화가 융성한 지역이다. <Fences>는 10년을 단위로 한 시리즈 중 시간 상으로는 여섯 번째로, 1950년대를 살아가는 중산층 부부 ‘트로이’와 ‘로즈’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이 작품은 1987년 퓰리처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을 수상하였고, 1987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525회 상연하여 같은 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연극상을 포함하여 4관왕이 되었다. ‘피츠버그 서클’ 중 두 번째로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가 제작된 바 있다.

오거스트 윌슨의 ‘피츠버그 사이클’ 소개 영상

 

연극 무대를 그대로 영화로

<펜스>는 이전에도 영화화 제안이 있었으나, 오거스트 윌슨이 백인 감독이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불발된 적이 있었다. 2005년에 작가가 60세를 일기로 사망한 후, 13주의 짧은 기간에 덴절 워싱턴, 비올라 데이비스 등 인기배우를 캐스팅하여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리바이벌되자, 작가 사망 10주기를 맞은 2015년 다시 영화화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 2010년에 상연된 연극을 그대로 영화로 옮겨 덴절 워싱턴이 감독과 주연을 맡고, 비올라 데이비스, 러셀 혼스비, 스티븐 매킨리 헨더슨이 연극에서 맡았던 역할을 그대로 맡았다. 2016년에 개봉된 영화는 로튼토마토 92%의 높은 평점을 받았고,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6,4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하였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는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비올라 데이비스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안겼다.

덴젤 워싱턴과 바이올라 로즈가 출연한 브로드웨이 연극 <Fences> 중

 

비올라 데이비스의 EGOT

한 명의 배우가 영화의 오스카상, TV의 에미상, 연극의 토니상을 모두 받게 될 경우 이를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라 불렀고, 여기에다 음악의 그래미상까지 받는 경우 EGOT(Emmy, Grammy, Oscar & Tony)라 불렀다. 비올라 데이비스는 영화 <Fences>를 통하여 흑인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최근에는 그래미상까지 거머쥐어 사상 세 번째 EGOT의 주인공이 되었다. 줄리어드를 졸업하고 연극계에 뛰어든 그는, 오거스트 윌슨의 희곡 <헤들리왕 2세>에 출연하여 2001년에 토니상을 받았고, 2014년부터 2020년까지 ABC 드라마 <How to Get Away with Murder>의 뛰어난 연기로 에미상까지 안았다. 2016년에 영화 <펜스>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고, 2022년에는 오디오북 <Finding Me>로 그래미를 수상하여 EGOT를 완성하게 되었다. 뉴욕타임즈는 그를 21세기 최고 배우 리스트에서 아홉 번째로 올렸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비올라 데이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