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 수상 후보를 살펴보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선정되었는지 혹은 어떤 평을 받았는지가 궁금한 이들도 있을 테고, 수상 후보 목록를 들여다보며 지난해 나온 음악을 되돌아보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존재를 알지 못했던 작품이 있다면 찾아 들어보며 겨울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수상 후보가 발표된 이후에도 더 많은 음악가와 작품에 조명이 비쳤으면 하는 마음에 후보작들을 흥미로운 주제로 묶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편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몇 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음악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음악가의 작품이 연이어 그해의 좋은 음악으로 선정되었는지 살펴보자.

 

실리카겔

최우수 모던록 노래

실리카겔은 2017년 올해의 신인으로 꼽혔던 바 있다. 그리고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에서 두 번 연속으로 수상해왔다. ‘Desert Eagle’에 이어 ‘No Pain’까지 수상하며 멤버가 멤버에게 시상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Machine Boy>, 그리고 ‘Tik Tak Tok (Feat. So!YoON!)’으로 세 번째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실리카겔이 3년 연속으로 후보에 오른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서 록 음악을 가장 아름답게, 그리고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실리카겔이다. 무엇보다 긴 기타 솔로를 지닌, 6분이라는 러닝타임의 곡이 이토록 사랑받았다는 것 자체가 지금 이 밴드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키라라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키라라의 음악 세계와 내면 세계는 구분될 수 없는 존재로 그의 음악에 뒤섞여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 키라라만의 색깔이 잘 묻어난 세 곡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3회에 걸쳐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후보에 올랐다. 차례로 ‘HRT’, ‘Stargaze’, ‘숫자’다. ‘숫자’는 의미 없는 숫자들이 키라라의 목소리를 통해 발화되고 각기 다른 속도감의 소리도 저마다의 때에 맞춰 소리를 낸다. 정신 잃고 빠져들게 만드는 곡이다. ‘Stargaze’에서 감정을 토해내던 키라라도, 랜덤 숫자들의 조합으로 중독적인 트랙을 만드는 그일지라도 상관없다. 자아를 쏟아 부으며 음악적인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음악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찬혁(악뮤)

최우수 팝 노래, 음반(AKMU)

악뮤로, 이찬혁으로, 다시 악뮤로 후보에 오른 이찬혁은 이제 한국에서 팝 음악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지 않았나 싶다. 케이팝, 혹은 가요로 불렸던 한국의 대중음악 안에서 이찬혁은 작가주의적인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성을 확보했고 꽤 긴 시간 곡을 쓰고 활동을 해오면서도 많은 이에게 끊임없이 흥미를 준다.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편안하게 적재적소에 쓰고,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거나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팝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 싱어송라이터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제는 이찬혁, 이수현 그리고 악뮤 세 존재의 시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뉴진스

최우수 케이팝 노래, 음반

뉴진스의 새로운 케이팝은 2년 연속 한국대중음악상 여러 부문에 후보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겨울 히트곡으로 등극한 ‘Ditto’(2022) 열풍은 이듬해 여름이 지나도록 식지를 않았고, 그 가운데 나온 두 번째 EP <Get Up>은 러닝타임은 짧지만, 강렬한 충격을 남겼다. 대중 공략법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몇 번을 새김질해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케이팝 장르 분야 노래와 음반 부문은 물론 종합분야 세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대중의 호응과 평단의 찬사를 모두 끌어내고 있는 뉴진스의 마법은 음악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브

최우수 케이팝 노래

아이브는 2년 연속 케이팝 노래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LOVE DIVE’(2022)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던 소녀들은 ‘I AM’에서 이젠 누군가의 꿈이 되어 서로를 의식하고 돕는 존재가 되려 한다. 뮤직비디오 속 아이브의 발이 닿는 장소가 비행기 안과 밖, 활주로, 리무진 안 등 끊임없이 바뀌는 것처럼 노래는 계속해서 다채로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케이팝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속성이 변화되고 영역이 확장되는 케이팝 중에서도 아이브의 음악은 몇 번에 걸쳐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케이팝 부문에 자리를 잡고 있다.

 

lobonabeat!(랍온어비트)

최우수 랩&힙합 노래

아무래도 장르적 색채가 강한 음악은 시상식 장르분야에서 좀 더 좋은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랍온어비트는 꾸준히 음악을 선보이면서 문법을 넘어 문화 전체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묶어 담아내는 만큼 강렬하면서도 독자적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누군가에게는 멀리서 보던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유머와 진지함을 오가며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냈기에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만큼 지금의 트렌드에 있어 동시성을 확보하면서 자기 것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

최우수 록 노래

게이트플라워즈, ABTB의 보컬리스트 박홍근의 새로운 밴드 오버드라이브 필로소피(이하 ‘오버필’)의 노래는 최우수 록 노래 부문에서 2년 연속 후보로 올랐다. 오버필은 두 장의 EP만을 발표했는데 각 음반의 수록곡이 모두 후보에 오른 셈이다. 연이은 앨범 발매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나 싶었던 오버필은 지난해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다. 아쉽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활동 중인 멤버들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수순이다. 하드록 보컬리스트와 블루스 기타리스트 ‘리치맨’, 세션 경험이 많은 베이시스트 ‘백진희'와 힙합 드러머 ‘강성실'은 첫 만남에 라이브 형식의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고, 두 번째로는 육회처럼 살아있는 음악을 보여줬다. 오버필은 사라지더라도 오버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네 명의 멋진 음악가들을 추적 관찰하는 것도 좋겠다.

 

조용필

최우수 모던록 노래

모두를 놀라게 한 ‘Bounce’(2013), 그 다음은 ‘찰나’(2020)였다. ‘바운스’에서 ‘찰나’까지는 9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연이어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며 또 한 번 음악의 힘을 일깨워줬다. ‘찰나’와 ‘Feeling Of You’는 연달아 제20회, 21회 최우수 모던록 노래 부문에 올랐다. 2006년에 공로상을 받은 가왕이 8년 뒤에 팝 음악 ‘Bounce’를 들고 나타나 최우수 팝 노래와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더니, 2020년대에 이르러선 모던록 부문 후보에 선정되는 스토리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Soul delivery(소울 딜리버리)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소울 딜리버리가 1집과 2집으로, 2년 연속 최우수 알앤비&소울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좋은 음악을 하기 때문이지만, 소울 딜리버리는 그 이상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팀이다. 아니, 무브먼트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좋은 알앤비 음악가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공연을 만드는가 하면, 높은 완성도와 연주로 1980년대 이전의 한국 소울, 훵크 계보와 맞물리는 동시에 동시대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둔다. 올해는 올해는 노래 부문에만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앨범 전체를, 지난 해 후보로 올랐던 첫 앨범과 이번 앨범 모두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김유진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첫 번째 앨범으로 최우수 재즈 보컬 부문에서 수상했고, 그 해 올해의 신인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두 번째 앨범인 <Extraordinary>를 통해 두 번째,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따지고 보면 여전히 신인에 가까운 포지션임에도 그만큼의 평가를 받는 것은 결국 김유진이 만든 정규 앨범의 완성도가 인정을 받은 것이고, 또 그만큼의 발전도 있었다는 것 아닐까 싶다. 첫 앨범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보였던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이번 앨범에서 만개했다. 해방의 몸짓 그 이상으로 한국 재즈의 확장 가능성을 선보였고, 2023년의 한국 재즈는 이런 모습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전송이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전송이라는 음악가가 국내 활동이 적었음에도 꾸준히 후보로 오르는 것은 그만큼 좋은 작품을 낸다는 것도 있지만, 해외에서 정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후보로 오른 앨범 외의 다른 작품에서도 보컬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만큼 왕성한 활동량 또한 뒷받침된다. 국내에서도 좀 더 많은 주목을 받았으면.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

Writer

케이팝, 국악, 인디, 재즈 등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글을 씁니다. 재즈피플에 조금씩 글을 쓰고 있고, 힙합엘이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몸담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가끔 기획도 하고, 진행도 하고 심사도 참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