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에서 음악과 그림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지내왔다. 음악의 선율이 손을 내밀면 붓끝이 리듬 따라 춤을 추고, 색채가 꿈을 보여주면 소리의 진동이 현실을 감각하게 했다. 둘은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며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 숨을 불어넣고, 이들의 대화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협연을 창조했다. 때때로 칸딘스키와 스트라빈스키처럼 소리에서 특정 색채를 느끼는 공감각자들이 역사에 등장하기도 했다.

음악과 미술을 한데 소개하는 시도는 지금도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 5월에 흥미로운 전시, 공연이 있어 소개한다. 하나는 데뷔 22년을 맞이한 음악가의 지난 20년가량의 활동을 조명하는 아트워크 전시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도슨트로 활동하기도 한 음악가의 명화 소개를 곁들인 공연이다.

 

 

음악가의 그림, <LIGHT TALKING>

음악가이자 종합예술가인 있다(itta)는 2002년 셀프 릴리즈 EP <나는. . . . 있다>로 데뷔한 후, 솔로 음악가로서, 일본 음악가 마르키도를 만나 결성한 가족 그룹 텐거(TENGGER)로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다. ‘존재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우리말 이름 ‘있다’는 그것이 스스로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특정한 ‘존재’와 만나야 성립한다는 의미를 담아 다양한 예술가들과의 협업, 시, 그림 등의 매체를 통해 표현되어 오기도 했다.

EP <LIGHT TALKING>의 타이틀곡 ‘Light Talking’

지난 다양한 활동이 쌓여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있다는 그동안 발표한 노래의 가사들을 엮어 만든 그림책 형태의 가사집을 1년동안 만들고, 이 그림책을 보며 또 다른 감상을 표현한 일종의 믹스테이프 <LIGHT TALKING>을 2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함께 작업한 캔버스 페인팅, (설위설경 혹은 샤먼의 페이퍼컷 작업에서 힌트를 얻어 파생한) 평면 및 입체 회화 작업들을 전시 <Light Talking>에서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크게 여섯 가지 종류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마블링 아트워크를 베이스로 한 패브릭 작품을 행잉 텐트의 형태로 설치한 ‘LIGHT TALKING PLACE’, 캔버스 회화 작업인 ‘LIGHT TALKING PAINTING’ 시리즈, 각종 마블링 페이퍼, 페이퍼컷 소품들, 있다의 지난 경력을 조명하는 사진들로 구성한 이미지 비디오 등이 그것이다. 카세트테잎의 경우 마블링 수작업을 통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한 실물 커버 전체를 전시하고 이중 관객이 원하는 커버를 골라 가져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전시 중 제한된 관객이 참여하는 프라이빗 인터랙티브 공연 ‘비밀’(HUSH-HUSH)이 함께 진행되며, 전시 이후 5월 18일에는 기념 공연 ‘축복’(Blessing)이 펼쳐진다. 공연은 텀블벅 예매를 통해 관객 30명과 만나며, 공간 준비에는 아트 디렉터/스타일리스트 최수지(인스타그램 @pilotplant)가 함께하고 있다.

 

전시 <LIGHT TALKING>

일시 5월 11~17일 오후 2~7시
장소 합정 무대륙 3층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5길 12)

공연 <Blessing>

일시 5월 18일 저녁 8시
장소 합정 무대륙 3층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5길 12)

텀블벅 링크

있다 인스타그램

 

 

명화의 노래, <푸른 저녁>

<고흐가 당신에게> 중에서, 클럽온에어

미술관에는 수많은 도슨트가 존재한다. 이한율은 미술관이 아닌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노래하는 도슨트다. 2021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 된 그레이 바이 실버의 보컬인 그는, 과거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며, 보컬리스트라는 본업을 결합한 ‘노래하는 도슨트’ 기획을 만든 바 있다. 2016년 빈센트 반 고흐를 주제로 한 <세레나데 포 빈센트>가 첫 기획 작품. 이후 최근까지 선보인 <고흐가 당신에게> <에드워드 호퍼 :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 등을 거쳐, 이번 5월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연 ‘에드워드 호퍼 : 푸른 저녁’(푸른 저녁)을 공개한다.

20세기 초 현대인이 마주한 고독한 일상과 정서를 사실적이면서도 독창적으로 그려낸 에드워드 호퍼(1882~1967). 호퍼는 생전 자기 작품에 대한 자세한 해석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호퍼의 생각을 반영해 ‘푸른 저녁’은 작품을 정서를 승화하거나 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그림 속 배경과 특징적 요소를 직관적으로 해석하여 음악으로 치환한다.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주로 활동한 호퍼의 동시대 미국 음악인 재즈를 골자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노래하는 도슨트와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보컬 퀸텟이 곡마다 각기 다른 편성으로 공연을 이끌며, 특별 게스트도 예정되어 있다. 스크린을 통해 호퍼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감상하고, 동시대 라이브 음악으로 청각의 사유를 더할 예정이다.

<밤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서, 엘리펀트 스페이스

에드워드 호퍼의 시대로부터 짧게는 반 세기, 길게는 100년 가까이 흘렀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마음도 큰 변화를 겪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오늘의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라도 호퍼의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이 낯설지 않다. 호퍼가 미학적으로 추구했던 철저한 구도와 비율 속에,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과 장면이 담겨 고독, 외로움, 단절 등의 부정적 감정이 묘한 미적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순간에는 어떤 음악이 흘러야 좋을까?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한율은 자신의 목소리를 활용한 개인 작업들 외에 순수음악 단체 그레이 바이 실버, 어쿠스틱 듀오 오드 트리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의 음악 감독은 그레이 바이 실버의 리더이자 피아니스트, 작곡가인 이한빈이 맡았다.

<에드워드 호퍼 : 푸른 저녁>

일시 2024년 5월 15일 오후3시, 오후7시 2회 공연
장소 클럽 온에어
예약 네이버 예매 링크
티켓 4만 원
러닝타임 120분

 

이한율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