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머금은 OTT 콘텐츠 인기에 덩달아 아날로그의 상징 중 하나인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인기도 상승 중에 있다. 카세트테이프 마니아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의 누적 회원 수는 1년 만에 6,000여 명 증가해 2만 2,000명에 이르렀다. 회원들은 여기서 테이프·기기 나눔, 기기 수리 정보 공유, 테이프 판매점 정보 공유 등 카세트테이프와 관련된 양질의 정보들을 주고받는다.

다양한 종류의 카세트
 

KT는 작년 3월부터 블루투스 기능이 들어간 카세트를 출시하여 판매를 하는 등 변화된 트렌드에 발맞춰 카세트테이프의 부활을 암시했다. 이와 같은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 인기에 흥미를 더할 소재를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카세트를 활용한 디제잉, 턴테이블리즘이다.

 

턴테이블리즘이란?

디제잉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바이닐을 이용한 디제잉부터 최근에는 태블릿과 아이폰을 이용하거나 랩탑과 연결한 디제잉까지 디제잉의 방식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아날로그 디제잉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아래 영상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영상은 Reel-to-reel tape이라 부를 수 있는 방식으로 디제잉을 하는 영상이고 두 번째 영상은 2대의 붐박스 스타일의 카세트로 디제잉을 하는 영상이다. 두 영상 모두 디제잉 영사에 있어서 매우 귀한 영상이다.

턴테이블리즘이란 단어는 1995년 'DJ Babu'가 단순히 LP판을 재생하는 DJ와, LP판을 만지고 움직이며 공연하는 DJ를 구별하기 위해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즉 턴테이블리즘은 디제잉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단순히 LP 2개를 턴테이블 재생하는 데 끝나지 않고 턴테이블과 믹서를 사용하여 소리를 조작, 편집하여 음악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음악 장르다. 아래 영상은 22년째 이어지고 있는 턴테이블리즘 대회인 DMC Technics World Dj Championship의 2004년도 대회 영상이다.

턴테이블리즘은 힙합에 근간을 두고 있다. 턴테이블리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디제잉은 힙합의 5가지 요소 (디제잉, 랩, 그라피티, 브레이크 댄스, 비트박스) 중 하나다. 전문 턴테이블리스트가 나타나기 시작하던 시점 이미 스크래칭을 활용한 턴테이블리즘은 DJ와 프로듀서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DJ ooedotechnica

여러 디제잉 아티스트 가운데 DJ ooedotechnica는 카세트를 개조해 디제잉을 하는 아티스트다. 아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직접 카세트 데크를 디제잉 장비로 개조했으며 믹서 또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해당 장비를 구매하려면 개인적으로 DJ ooedotechnica에게 DM을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는 턴테이블과 믹서로 구성된 맞춤형 테이프 릴을 사용하여 올드스쿨 힙합과 소울을 믹스하고 스크래치 하며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디자인까지 완벽한 DJ 데크를 통해 플레이되는 영상을 보면 릴 투 릴, 카세트 및 바이닐 등 아날로그 세대에 속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컨트롤러의 일부를 개조하여 카세트와 호환이 되게 하여 일반적인 턴테이블리즘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도가 갈채를 받는 이유는 애초에 카세트가 이러한 방식으로 동작이 되기 위해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DJ ooedotechnica의 창의성이 더욱 돋보이는 부분이다.

2대의 카세트에서 재생되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믹서를 통해 송출되는 과정을 보면 일반적인 디제잉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세트테이프가 선사하는 아날로그의 맛(?)까지 느낄 수 있기에 바이닐 디제잉과 비교를 해봐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좀 더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인해 호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과거 영상부터 점점 장비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재밌는 포인트이다. 믹스 셋 또한 선곡들이 매우 훌륭하며 그의 취향을 반영한 믹스 셋을 틀어 놓는 것만 해도 그루브 타기 좋다. 고르지 않은 테이프 특유의 음질에서 느껴지는 질감, 그 시절을 담은 사운드가 믹스된 셋을 통해 따뜻하고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해당 카세트 데크의 제작기나 다른 데크들로 플레이하는 영상들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DJ ooedoterchnica 유튜브 채널

DJ ooedoterchnica 인스타그램

 

Jeremy Bell ‘Scrub Board’

턴테이블리즘은 문화와 음악 분야에서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오디오 엔지니어인 Jeremy Bell(이하 '제레미 벨')은 턴테이블리즘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의 결과로 DJ가 2개의 턴테이블과 믹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재생되도록 고안된 최초의 카세트테이프 기반 컨트롤인 ScrubBoard를 고안했다.

Jeremy Bell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오디오 엔지니어다. 턴테이블을 사용하여 디제잉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후 그는 작업실에서 ScrubBoard Alpha를 개발하고 턴테이블리즘의 개념을 혁신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ScrubBoard의 기능 설명, 이미지 출처 - 링크
 

ScrubBoard는 사용자가 움직이는 테이프를 위아래로 슬라이드 하는 'Seesaw Killswitch'를 통해 재생할 수 있는 이동식 테이프 헤드를 특징으로 하는 장치다. 스위치에는 테이프에서 사운드를 생성하는 무빙 스트렙과 접촉하는 테이프 헤드가 있다. 한 손으로 오디오와 크로스 페이더를 동시에 긁으며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기존 DJ 데크에서 볼 수 있는 '스크레칭'을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ScrubBoard의 창시자인 Jeremy Bell은 턴테이블이 단순한 재생만이 아닌 퍼포먼스까지 첨가된 '음악을 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그의 철학을 담아 턴테이블리즘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한 ScrubBoard와 관련된 아래 영상을 확인하자.

ScrubBoard는 앞서 소개된 DJ ooedotechnica의 장비보다 좀 더 공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장비라 할 수 있다. 카세트테이프를 기반으로 한 턴테이블에 대한 대안으로 턴테이블리스트에게 트랙을 스크래칭 하며 믹싱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하고 직관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ScrubBoard와 관련된 보다 흥미로운 영상들은 아래 Jeremy Bell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Jeremy Bell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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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수집해서 깊게 탐구합니다. 문화적인 것은 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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